파브리카와 베네통 커뮤니케이션 전략
FABRICA는 이탈리아 의류 브랜드 베네통(Benetton)이 1994년 설립한 커뮤니케이션 리서치 센터(Communication Research Center)로, 전 세계에서 심사를 거쳐 초청한 25세 미만의 젊은 작가들이 디자인·음악·영화·사진·잡지출판·인터랙티브 및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등 여러 분야에서 기존 선입관을 벗어난 작업을 생산하는 곳이다. 나이 제한을 두는 이유는 학교가 아닌 협업 기관으로서, 비슷한 또래가 선입관 없이 서로의 창의적 생각을 자유롭게 교류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베네통의 매출과 직접 연동되지 않는 독립적인 운영 방식 때문에, FABRICA는 베네통에 종속된 광고 대행 조직이라기보다 하나의 독립적인 문화 기관에 가깝다. 이탈리아 트레비소 외곽의 17세기 고대 건물을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재건축한 공간에 자리하고 있다.
FABRICA의 커뮤니케이션 철학은 "커뮤니케이션은 기업 외부에서 유입되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부터 표현되어야 한다"는 베네통 창립자 루치아노 베네통의 신념에 뿌리를 둔다. 이 철학 아래 사진작가 올리비에로 토스카니(Oliviero Toscani)가 이끈 베네통의 캠페인은 상품이 아닌 브랜드 아이덴티티 자체를 이미지로 구축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일반적인 광고와 달리, 70년대 미국-소련 냉전과 유대인·팔레스타인 이슈, 80년대 인종차별·유고슬라비아 전쟁·환경·에이즈 등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소재를 정면으로 다루며 소비자보다 "가치를 중시하는 개인"을 타깃으로 삼았다. 초기에는 이윤 추구 기업이 사회 문제를 광고 소재로 쓴다는 이유로 비판받았지만, UN Volunteers·UN World Food Programme·Jane Goodall Foundation·WHO·UNICEF 등 국제기구와 함께한 후속 프로젝트들을 통해 메시지의 정당성을 인정받았고, 이후 국제기구들도 베네통의 브랜드 파워를 자신들의 목소리를 알리는 데 활용하게 됐다.
FABRICA가 발행하는 비주얼 매거진 COLORS Magazine은 이런 커뮤니케이션 철학을 잡지 형태로 구현한 매체다. 2006년 진행된 참여형 프로젝트 COLORS Notebook은 언론 자유를 위해 싸우는 단체 Reporters Without Borders와 협업해, 백지 노트를 각계 전문가부터 어린이·교도소 수감자에 이르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보내 자유롭게 채우게 한 뒤 이를 모아 2006년 퐁피두 센터에서 "Les yeux ouverts(열린 눈)"라는 회고전을 열었다. 이 전시는 FABRICA가 현실을 반영하는 문화 아이콘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
이 글은 pxd 디자이너가 서울 디자인 재단 초청 파브리카 세미나(2012년 7월)에 참석하고 남긴 후기로, 세미나 발표 자료를 바탕으로 FABRICA의 정체성과 베네통 광고의 역사를 정리한다. 후기 말미에는 당시 화제였던 베네통의 UNHATE 캠페인(대립하는 세계 정상들이 입맞추는 이미지로 화해를 촉구하는 광고, 김정일·이명박 두 정상도 포함)을 근황으로 덧붙여, 논쟁적 이미지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베네통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세미나 이후로도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핵심 내용
- FABRICA: 베네통이 1994년 설립한 25세 미만 젊은 작가 대상 커뮤니케이션 리서치 센터, 안도 타다오가 재건축한 이탈리아 트레비소 소재 건물
- 핵심 철학: "커뮤니케이션은 기업 내부에서부터 표현되어야 한다"(루치아노 베네통)
- 올리비에로 토스카니가 이끈 베네통 광고: 냉전·인종차별·에이즈·전쟁 등 사회적 이슈를 직접 다루는 이미지 전략
- UN·WHO·UNICEF 등 국제기구와의 협업으로 초기 비판을 넘어 브랜드 메시지의 정당성 확보
- COLORS Magazine / COLORS Notebook: FABRICA가 발행하는 비주얼 잡지 및 참여형 아카이브 프로젝트(2006년 퐁피두 센터 전시로 이어짐)
- UNHATE 캠페인: 대립하는 정상들의 입맞춤 이미지로 화해를 촉구한 베네통의 논쟁적 광고
관련 개념
- 이탈리아 디자인과 인본주의 — 같은 이탈리아 디자인·창작 기관의 인본주의적 철학이라는 공통점
- BX 디자인과 브랜드 자산 운용 — 상품이 아닌 가치와 메시지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전략적 접근
-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과 전시 트렌드 — pxd 구성원의 해외 전시·세미나 참관 후기라는 점에서 유사한 형식의 대외 활동 기록
출처
- 서울 디자인 재단 초청 파브리카 세미나 후기-#1 — 2012-01-10, 알 수 없는 사용자